융: 걱정을 하지 않고 고민을 했다. 두 단어에 차이가 느껴지네요.
무과수: 저는 두 단어가 좀 다른 것 같아요. 회사 뒤의 삶이 스스로 잘 상상이 안 되면 걱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차원 같은데, 확실히 꿈이 있으면 삶에 생동감이 생겨요. 죽기 전까지 계속 해야할 일이 주어질 거라면 꿈이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스스로 내가 해야 할 것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온단 말이에요. 지금은 유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을 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나중에는 떠오를까요? 더 짙은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바로 회사를 나와서 원하는 일을 해라, 네 꿈을 펼쳐라,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병행할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안정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일해서 모은 돈을 좋아하는 것에 투자해서 확신도를 높여가는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이걸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지 미리 고민하면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자주 그러잖아요. 그때 그냥 했으면 지금은 벌써 전문가가 됐을거라고요.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안 하잖아요. 고민만 해서 뭔가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런데 고민만 하는 건 많이 해봤잖아요. 하면 실패든 성공이든 뭐든 남아요. 그럼 그걸 딛고 뭔가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융: 마지막 말이 너무 공감 가요. 사이드 인터뷰를 하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과수: 번아웃 왔을 때 ‘요즘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재미가 없죠.(웃음) 너무 당연한 걸 그때 느꼈어요.
뭐라도 해보고 움직이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우리는 큰 성과만이 성공의 척도라고 주입식으로 교육 받아왔잖아요. 그래서 내가 이룬 게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져서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기대는 이만큼인데,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그런데 저는 ‘작은 성취'를 강조하고 싶어요. 제 리추얼을 하는 사람들이 오늘 챙겨 먹은 아침 하나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꿈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돼요.
무과수는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
융: 사람들이 꿈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단해야 할 것 같고. 성공한 모습이어야 될 것 같고. 그래서 꿈이 없어도 된다는 말도 나온 것 같아요. 그 맥락은 좋은데, 잘못 오해할까 봐.
무과수: 꿈은 해야 하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거지.
융: 너무 중요한 말이다! 꿈도 어느 순간 ‘해야 하는 일’처럼 된 것 같아요.
무과수: 꿈이 아닐 거예요, 잘 생각해보면. 꿈은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꿈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잘 모르겠어요. 확실히 인생이 힘들 때도 있죠. 어느 순간 ‘나는 왜 살고 있지?’ 의문이 들 때도 있고요. 하지만 어쨌든 태어났고, 삶이 한번 주어지는 이 상황에서 살아낼 이유를 스스로 찾아낼 필요도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요 우리.
저는 요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 달이 12분의 1박자 같아요. 12분의 1박자로 쓱쓱 지나가는 것 같은 거예요. 이게 뭐랄까, 다양한 생각을 들게 만들어요.
융: 오… 이렇게 생각하니까 인생이 노래 같아요. 12분의 12박자에 월이 마디를 이루고, 1년이 구절을 이루고. 악장으로 나눠질 수도 있고.
무과수: 유독 한 달이란 개념으로 끊어서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12분의 12박자인데 그 템포로 넘어가는 속도를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반도 못하고 죽겠는데’ 이 생각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안 좋은 쪽으로 애쓰는 시간이 아까워요. 저는 요즘 운동의 재미도 알아가고 있어요. 이제야 비로소 이걸 왜 하는지, 저에게 맞는 운동은 어떤 건지 이해하게 됐어요.
융: 체력도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의 체력.
무과수: 삶에서 체력과 먹는 것을 빼고는 논할 수 없어요. 그게 곧 나거든요. 먹는 건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데, 내가 먹는 게 곧 나를 움직이는 에너지로 치환이 돼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이 좋은 에너지로 치환되는 않죠. 올해 서른이 되면서 음식으로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게 무엇인지 본질에 가깝게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muguasu
나이 들면 당연히 체력이 떨어지고 아프다는 말을 하잖아요. 나이 들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얼마든지 내 몸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데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죠. 그게 좋아하는 일을 하든, 싫어하는 일을 하든 말이예요. 더 중요한 건, 우리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게 너무 많기 때문에 체력이 필수예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잘, 많이 하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가꿔야해요. 체력이 없을 때는 별로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없으니 쉽게 감정적으로 변하고요. 체력이 잘 갖춰져야 나머지도 따라오는 것 같아요.
융: 공감가는 좋은 이야기들 들려줘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이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이드 구독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요. 아직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찾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인 사람.
무과수: 일단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매일 일기를 쓰라고 하고 싶어요. 자꾸 왜를 물어야해요. “기분 좋았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를 묻다보면 그 끝에 내가 있어요. 음식부터 요소 하나하나 다 해당 돼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생각 그만하고 뭐라도 작게 실천해보기. 첫 번째 분들에게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고요.
두 번째,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인 분들에게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잘하는 기준이나 이정도 해야된다는 방법에 갇히는 순간 고민이 더 많아져요. 잘한다의 기준을 세워서 1등만 의미있는 세상도 아니잖아요. 다양한 기준과 시선이 있는데 애초에 1등인지 가릴수도 없고요.
예전에는 매스로 메세지를 한번 던지면 다 잡혀오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니치하게 파고들지 않으면 어려운 세상이에요. 이런 상황의 장점은 그만큼 니치해도, 대중적이지 않아도 좋아해줄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거예요. 찐팬을 서두르지 말고 단단하게 확보해나가보세요.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데려와서 힘겹게 안고 있는 게 아니라, 소수라도 손을 꾹 잡고 있을 수 있는 팬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오래 전에 쓴 글을 두고 고민할 때가 있었어요. 지금의 나는 그때와 또 다르니까요. 지금 글을 수정하면 더 멋진글을 쓸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그냥 '20대 중반이던 나'의 생각을 날것으로 두기로 했죠. 조금 별로여도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데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책을 출간 한 이후, 이런 고민을 했었다는 말을 들은 팬분이 그런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때의 그 사람도 무과수님이잖아요.” 그말이 좋았어요. 나를 다 괜찮다고 해주는 거. 내가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줘야 해요.
융: 저에게도 와닿는 말이에요.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다. 그때의 내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죠.
무과수: 그게 너무 중요하죠. 애써 꺼내서 너 왜 그랬어 할 필요도 없고, 그때의 나도 나니까 이유가 있었겠죠. 다양한 모습의 나를 전부 사랑해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