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 27CLUB은 왜 27CLUB이에요?
찬웅 : 규철이 형이 27살에 처음 시작했으니까 이기도 하고요. 커트 코베인, 짐 모리슨, 지미 헨드릭스, 에이미 와인하우스, 바스키아처럼 27살에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을 27CLUB이라고 부르잖아요. 그런 우연 때문도 있어요. 저도 처음 들어갔을 때 27살이었어요.
꼽힌 : 입사 조건인가요?
찬웅 : 지금 계획 중인 건, 매달 27일마다 숙박권을 걸고 이벤트를 해볼까해요. 매월 27일은 무조건 이 이벤트를 위해 비워둘까 해요.
꼽힌 : 재밌다. 이런 아이디어가 주로 찬웅 님 아이디어죠?
찬웅: 주로 그랬던 것 같아요.
꼽힌 : 브랜딩이라는 말 싫어한다고 하셨지만, 27CLUB을 세련되게 알리는 일환인 셈이네요. 저는 27CLUB 유튜브가 진짜 재밌었거든요. 빈지노 유튜브(개인사업자 임성빈) 오마주 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시작한 거에요?
찬웅 : 그냥 또 일을 벌린 거예요. 사실 현장 일이라는 게 비슷한 일의 반복이 많아요. 촬영을 해도 다 비슷하거나 너무 시끄러운 장면도 많아서 날리는 부분도 꽤 있어요. 올해 어떻게든 매듭을 지을 겁니다.
꼽힌 : 27CLUB은 자체 프로젝트만 하다가 요즘은 외주도 받기 시작하신 거에요?
찬웅 : 맞아요. 대신 기존의 건축사무소처럼 하기는 싫어서 저희가 만들고 있는 색깔로 작업할 수 있다면 진행해요. 외주를 하더라도 일을 고르는 것 같아요.
융 : 27CLUB이 일하는 방식이 지금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것도, 공간을 기획하는 방식도 다르거든요. 로텐바움은 ‘조르그’라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사실 만드는 사람들의 자아가 다 합쳐진 페르소나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취향이 짙게 느껴지는 게 좋았어요. 기존의 문법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어서 더 궁금했던 거고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질지도 기대돼요.
찬웅 : 재미있는 거 하고 싶어서 모였는데 돈을 아끼려고 생각하다 보면 그런 형태가 나오진 않았을 거예요. 정말 많은 시행착오와 싸움이 많이 포함돼 있고 계속 맞춰가는 중인 것 같아요.
1960년대 해변가 낡은 집이 모티브인 웻에버는 보면서 이런 집에는 누가 살까, 특히 이 옥탑방에는 누가 세들어 살까 상상을 했어요. 딥한 색감 자체가 차분한 느낌이라 화가를 떠올렸고, 평소 교류가 있었던 엄주 작가님께 습작들을 전시할 수 있겠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작가님의 작업으로 한 켠을 꾸미게 됐어요.
융 : 60년대라는 구체적인 설정이 흥미로워요, 그런 아이디어의 원천이 궁금해요.
찬웅: 주로 영화랑 책?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거의 다 60년대에 활동했더라구요, 그 당시의 무드를 되게 좋아해요. 옛날 잡지나 사진집 모으는 걸 즐기는 데 많이 찾아보고 감상하면서 취향이 생긴 것 같아요.
융 : 좋아하는 게 확실하면 능력이 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공간에 있는 책이나 가구도 급하게 산 게 아니라 평소 수집한 거잖아요. 브랜드 마케터 관점으로 보면, 27CLUB이 하는 공간 브랜딩이 자연스럽다고 느껴져요. 브랜딩을 의도하고 했다기보다 사진을 찍던 시선에서 시작해서 좋아하는 것들을 골똘히 관찰하며 나온 결과물이 녹아 있는 거예요. 27CLUB의 요한님, 타이슨님도 엄청 색깔이 뚜렷하잖아요.
찬웅 : 맞아요. 하나로 다 엮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융 : 공간이 마을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좋았어요. 지역의 문화랑 맥락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간 설계를 하신 것 같아요. 전주에 살면서 만든거죠?

찬웅: 원래는 3개월 예상했는데 막상 내려가니까 변수가 많아서 현장에 계속 붙어있었어요. 사진이랑 영상을 찍으러 왔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시멘트를 나르고 있었어요(웃음) 지역에 대해서는 저희가 커피를 좋아하니까 웻에버(부산-WERK)도, 로텐바움(전주-평화와평화)도 그렇고 커피를 공급받기 수월한 데로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역의 맛있는 커피를 소개하는 게 콘텐츠적으로도 재밌고 스토리 풀기도 쉬웠거든요.
융 : 카페는 일종의 커뮤니티고,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팔로우 하잖아요. 로컬 커피 브랜드와 연을 맺고 협업한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전략적으로도 좋은 접근 같아요.
꼽힌 : 기사에서 봤는데 다음 도시 강원도 생각하고 있다던데, 강원도도 커피가 맛있어서 고려하신 거겠네요?
찬웅 : 형들과 로텐바움을 만들면서 잡은 접점이자 키워드가 공생이었어요. 동네의 고양이들과도 공생하고, 식물과도 공생하고, 지역과도 공생하는 집으로요.
꼽힌 : 설계 시 의도한 대로 창가에 고양이들이 오잖아요. LP 들으며 고양이 볼 때 정말 평화로웠어요.
찬웅 : 옆집 할머니가 키우는 고양이였는데 새끼를 네 마리 낳아서 그 친구들이 자주 와요. 아기들이었는데 지금은 다 컸죠. 전주에 있을 때 하루 낙이 일 끝나고 걔네는 먹이 주는 거였어요. 이제 못 알아볼까봐 섭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