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김정현의 동분서주] 업무 회고 ➂ - 여행과 출장 사이, 셀프 워크숍 떠나기 written by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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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현의 동분서주

     하는 만큼 기회가 된다고? 그래서 오늘도 움직인다
     콘텐츠 만드는 프리랜스 에디터에게 일과 휴식의 경계 같은 건 있으나 마나 하니까…
     소속 없이도 업을 이어가기 위해 뭐라도 시도하고, 만들고, 보여주는
     어느 에디터의 동분서주 업무 회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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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14박 15일 간의 여정이었다. 나는 여기에 ‘셀프 출장’, ‘셀프 워크숍’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여행이면 여행이고 출장이면 출장이지, 무슨 셀프 출장에 셀프 워크숍? 여행도 출장도 다녀오고 싶지만 명분도 클라이언트도 부족한 프리랜서 김정현 씨의 안간힘으로 해석해 주시면 어떨까. ‘아무도 안 보내주니 나라도 보내주자’ 싶어 계획한 여름 런던행. 그 준비와 시도 과정을 세 번째 업무 회고에 담았다. 여행과 출장 사이, 에디터의 인사이트 트립은 어떻게 성사됐는가. 





[Why] 여행 겸 출장의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해외 출장이나 워크숍을 가보고 싶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만나고, 배우고, 자극받고 싶었다. 특히 런던은 오랜 시간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관광지 말고도 각자의 개성과 매력으로 겸비한 로컬 숍과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피플이 즐비한 도시. 그러나 워크숍을 보내줄 회사가 내겐 없었다. 출장이 필요한 일감을 던져주는 클라이언트도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셀프로 직접 보내줘야겠다고. 제안도 검토도 결재도 혼자서 1분만에 가능했다. 문제는 비용도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는 거다. 항공권에 숙박비에 기타 경비까지 2주 간의 런던행에는 족히 5, 600만원은 들 터. 게다가 ‘내돈내산 출장’이라는 말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여행과 출장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냥 열심히 놀고 온 여행을 생산적인 경험으로 채운 워크숍으로 포장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지금 내가 그렇게 여유 부릴 상황인가… 말하자면 내게는 확실한 명분이 필요했다. 찝찝함 없이 개운한 합리화를 도와줄 명분이.


다행히 좋은 레퍼런스가 있었다. 2023년에 떠난 도쿄 셀프 워크숍 말이다. 일주일 내내 도쿄 구석구석을 누비며 각종 로컬 숍을 방문했고, 그때 남긴 기록을 활용해 3곳의 종이 잡이와 디지털 매거진에 기사를 쓸 수 있었다. 여러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높은 조회수와 팔로워 유입을 끌어낸 것도 유의미한 성과였다. 다만 그때는 준비가 부족했다. 혼자서 무작정 부딪치는 방식, 일단 최대한 많이 다니며 소스를 확보해 두는 전략에 가까웠다.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출국 전까지 남은 시간이 넉넉했고, 소요 기간과 비용의 스케일이 달라진 만큼 동기부여도 확실했다. 떠나야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나는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개인 여행에 출장과 워크숍을 끼워 넣을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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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용기 내어 제안서를 만들어 보냈다


크게 두 종류의 콘텐츠 제안서를 만들었다. 하나는 현지 호텔에서 숙박을 제공받고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파트너십 건. 다른 하나는 런던에 거주하는 인물을 인터뷰해 국내 매체에 싣는 기사 작성 건. 


(1) 런던 현지 부티크 호텔의 숙박권을 따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투숙하고자 하는 6월 중순은 이미 성수기로 접어든 시기인 데다, 냉정하게 말해 1.1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김정현 씨는 파급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에디터, 특히 매력적인 로컬 스팟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기록하는 에디터라는 정체성을 적극 내세웠다. ‘내 이야기를 주목하는 오디언스의 상당수가 너희 호텔이 유치하고 싶어 하는 높은 안목의 크리에이티브/비주얼/브랜딩 업계 고관여자’라고 어필하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콘텐츠 인사이트를 공유했고, 협업 진행 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결과물을 납품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적절한 연락 창구를 확보하는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지만, 대다수의 호텔에서는 형식적인 답변조차 주지 않았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총 14개 업체에 문을 두드렸다. 결과적으로 한 소규모 호텔로부터 4박 5일의 숙박권을 따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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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구글 Gemini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많은 런던 현지 부티크 호텔 중에서 어떤 업체에 컨택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을지,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고 제안서 방향을 잡아가면 좋을지, 유럽 호텔 업계의 인플루언서/매체 협업 시스템은 어떤 방식과 절차로 이뤄지는지, 영미권 비즈니스 메일에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정중하면서도 전문성 있는 태도를 드러낼 수 있는지 등등. 명석한 제미나이 군과 함께 조별 과제를 하는 기분으로 주거니 받거니 작업을 이어 나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매일 새벽까지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하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2) 국내 디지털 매거진과의 협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성사됐다. 내가 인터뷰하고 싶었던 대상이 명확했고, 그 인터뷰를 가장 반길 만한 매체 한 곳을 선별해서 제안했기 때문이다. 매체 입장에서는 크게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출장 경비를 지원할 필요 없이 기사 작성에 대한 원고료만 지급하면 런던 기반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를 담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으므로. 사진 촬영도 직접 하는 데다 영어 인터뷰는 사전 서면 진행으로 대체하는 만큼 포토그래퍼나 통역사 고용에 따른 추가 인건비가 들어갈 일도 없었다. 진행 조건의 유리함을 등에 업고 나는 기획 의도와 주요 내용, 일정 등을 포함한 기획안을 제출했다. 시일 내에 돌아온 긍정적인 답변. 내친김에 인터뷰 한 건을 추가 제안했고 이로써 총 두 건의 콘텐츠 제작을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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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중요한 경험과 사례를 얻었다


최종적으로 런던 셀프 워크숍에 관한 공식 콘텐츠는 7건이 발행됐다. 숙박을 제공 받는 대가로 만든 Kip Hotel 홍보 인스타그램 릴스와 피드 콘텐츠.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Kiosk에 기고한 두 건의 인터뷰. 거기에 더해 한국에 돌아온 후 런던의 로컬 스팟을 소개해 달라고 청탁받은 지큐 코리아 디지털 기사 세 건까지. 


Kip Hotel과의 협업은 수월했다. 간섭이 일절 없어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했고, 담당자는 내 글과 사진과 영상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릴스 콘텐츠의 반응, 특히 저장과 공유가 평균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함으로써 나도 밥값, 아니 숙박값(?)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Kiosk에 기고한 인터뷰 기사를 만드는 과정 역시 즐거웠다.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이들과 대화를 나눈 데다 인터뷰이 두 팀 다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 했으니, 시간과 노력을 들인 보람은 그걸로 충분했다. 


세상에는 비용을 절약하며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평소 궁금했던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을 만나볼 다양한 기회도 있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그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서 나는 움직였다. 멀리 떠나고 싶다는 욕망과 출장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잇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궁리했다. 내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 테스트하면서. 제안서를 만들고, 먼저 연락해서, 협업을 성사시키기. 이 과정을 통해 개인적인 휴가를 출장 겸 여행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작은 시도가 구체적인 결과물로 실현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경험이,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내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진 사례야말로 이번 런던 셀프 워크숍의 가장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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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가보면 좋을까? 질문은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데리고 온다. 다음 여행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출장과 워크숍을 엮어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정말 쉬고 오자’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을지, 혹은 더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어떤 프로젝트도 성사시키지 못할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옵션 하나는 생겼다. 같은 여행도 더 풍요롭고 진취적으로 만들어줄 옵션이. 런던 셀프 워크숍을 떠나지 않았다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다.




Writer. 김정현 (@kimjeonghyeon_)

프리랜스 에디터. 다양한 매체/브랜드와 일하며 주로 도시의 흥미로운 장소와 사람과 콘텐츠를 소개한다.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썼다. 취재와 원고 작성부터 사진 촬영, 토크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라이브커머스 패널까지 분야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시티털보’라는 이름으로 개인 숏폼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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