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언젠가 숲으로 written by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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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숲에 살고 싶다. 막연한 꿈을 꾸고 있다. 그게 언제가 될지, 그저 꿈결 같은 바람인지, 내가 정말 숲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꿈을 꾼다. 통나무 계단을 통통통 걸어내려갈 수 있는 2층짜리 나무집을 둘러싼 울창한 숲의 한 가운데에 살고 싶다고. 2층 테라스에 나가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에 몸을 맡기며 요가와 차로 아침을 깨우고, 집 안에서도 충분히 푸르른 숲이 보이도록 통유리창으로 집을 만들 거다. 온 사방에서 숲을 느낄 수 있도록 집 내부 1층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중정을, 욕실에는 기다란 욕조를 만들고 싶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을 오갈 수 있도록. 느긋한 오후,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산들거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반짝거리는 햇빛을 바라보고 싶다. 친구들이 놀러 오는 날이면 함께 카누를 들고나가 강에서 물놀이를 할거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펼쳐두고서.


숲에서 살고 싶다. 딱 이 한 줄로 시작된 나의 꿈은 시간이 흐르며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두 줄이 세 줄이 되며 아주 느리게, 조금씩 한 폭의 그림이 되어간다. 이런 꿈을 꾸게 된 건 춘천의 에어비앤비 ‘썸원스페이지’에서 읽게 된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라는 만화책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세 명의 30대 싱글 여성이 등장한다. 번역가인 주인공 하야카와는 시골에 살고, 도시에 살고 있는 절친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이면 하야카와의 집에 놀러 간다. 그들이 함께 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꽃과 나무를 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숲의 사계절을 만난다. 도시에서 일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들은 매주 이렇게 하야카와가 있는 숲을 찾아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이 책에는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야카와가 숲속 호수에서 카약을 타면 재미있다고 알려주니, 친구들도 카약을 사 와 세 친구가 나란히 한 줄로 서서 카약을 들고 숲을 걸어가는 장면이다. 할 수만 있다면 종이 속으로 뛰어 들어가 세 친구 뒤에 카약을 들고 졸졸 쫓아가고 싶어진다. 언젠가 꼭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드넓은 호수에서 카누를 타봐야지. 그 장면 하나로 나는 또 하나의 꿈을 가지게 됐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은 조금씩 조금씩 내 곁에 다가와 어느새 현실이 된다. 숲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자주 내 발걸음을 숲으로 향하게 했고, 그 꿈의 발길은 어느덧 남프랑스 베르동 협곡에 닿아있었다. 왕복 5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 고된 길이었지만, 도착하는 순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내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웠다. 황금빛 햇볕이 따스하게 품어주는 에메랄드빛 호수, 시원하게 펼쳐진 나무숲이 배경이 되어주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여유롭게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보트를 타며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들. 암벽이 있는 한 켠에서는 어린 친구들이 아파트 3층 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 아찔한 높이에서 데구루루 구르며 멋진 다이빙을 선보이고 있었다.


보트를 빌린 h와 나는 페달을 구르며 숲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 모두의 얼굴엔 화창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내 표정도 지금 저들과 같을까. 두 시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보트를 타고 최대한 멀리 나아가 보며 다양한 풍경을 구경했고, 사람이 비교적 적은 스팟을 발견할 때면 그곳에 정착해 다이빙 연습을 했다. 수영복을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다이빙을 해보지 않았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풍덩! 물에 뛰어들고, 시원한 폭포를 맞고, 물살을 가로 지으며 수영을 하고, 물 위에 누워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며 나는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감정을 온몸으로 느꼈다. 해가 기울어져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보트 선착장을 향할 때는 어찌나 페달이 안 굴려지던지. 이런 숲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 앞에 이런 호수가 있어 언제든지 물에 뛰어들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언젠가 또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엉키며 짧지만 달콤했던 현실을 빠져나와야 했다. 현실이 되었던 꿈, 그리고 또다시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꿈. 그 무한 루프에서 나는 계속해서 한발씩 꿈의 방향으로 다가간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이루어 나가면서.


꿈은 계속해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퍼즐 놀이를 하듯 꿈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 나가며 살아간다. 숲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나의 바람은 정말 언젠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미래를 알 수는 없어도,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 뿌려진 꿈의 씨앗을 정성껏 품어보려 한다. 그 꿈이 어느새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 초록 나무로 자라고, 그렇게 자라난 초록 나무들이 한가득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될지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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