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INTERVIEW

무모한 상상을 지도로 

그리는 사람


꿈을 구체적으로 끌어당기는, 사업가 우태영

희:  ‘우태영’ 이라는 사람에게는 어떤 호칭을 붙여야 할까?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트업 대표, 해외 서적 출판사 대표, 과자 만드는 사람, 강연 기획자 그리고 이제는 책의 저자.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점심을 먹으며 나눈 대화에서 첫 책은 작가를 닮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융은 “누군가는 늦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우태영에게 책 《세상을 공부하다》는 나와야 할 때 나온 책 같다”고 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그를 보며, 그가 10년 이상 쌓은 것은 5가지 성공 스토리가 아닌 수십, 수백 가지 실패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강연 기획자로 20대를 보내고, 스타트업 대표로 한 우물을 파보고 싶다는 우태영의 30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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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우태영 인터뷰 영상으로 보기


구체적으로 그리고 행동하되

실패에 담대할 것

융: 자기소개 먼저 해주시겠어요?

태영: 해외 베스트셀러를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하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우태영입니다. 최근에는 책을 직접 집필해서 저자로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융: (인터뷰 진행 일 기준) 마침 어제는 생일이셨네요!

태영: 네, 감사합니다.

융: 30대가 되고 난 후 첫 인터뷰 아닌가요?

태영: 그렇습니다.


융: 저는 태영 님을 보면서 '실행력이 어마어마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태영 님의 책에도 담긴 내용인데,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행하던 시절에 뉴욕대학교 앞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플래시몹을 하셨더라고요.

태영: 이 스토리는 그 어떤 인터뷰에서도 말씀 드리지 않은 이야기인데 (웃음).

융: 맞아요 (웃음).


태영: 그때 전 세계적으로 플래시몹이 유행이었어요. 에펠탑 앞에서부터 시작해서 세계 곳곳에서 하는데 왜 뉴욕에선 안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페이스북 이벤트로 올렸거든요. 그랬는데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뜨거웠어요.


융: 멕시코 방송국과 인터뷰를 할 정도였잖아요. 저는 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저희가 같은 학교를 나왔더라고요. 저는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 파크라는 공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데,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생각 같거든요. 이곳에서 ‘강남 스타일 플래시몹 하면 재밌겠다’라고. 그 생각을 바로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나요?

태영: 저는 어떻게 보면 지르고 수습하는 사람이에요 (웃음). 그땐 그냥 페이스북 이벤트에 올려 놓고서 학교 친구 한 서른 명만 모아서 분수대와 개선문 쪽에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밌게 하면 공원에서 구경하던 분들도 코러스 부분에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요. 진짜 원래는 학교 친구들 보여 주려고 올린 거였어요. 그런데 다음 날 자고 일어나 보니까 로컬 블로거 분들이 그 이벤트를 소문내 주신 거예요. 이벤트에 ‘참석’으로 응답한 사람이 천 명이 넘었어요. ‘너무 재밌겠다’ 싶은 동시에 한편으로는 무서웠어요.

융: 진짜 무서웠을 것 같아요.

태영: 취소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고, 갑자기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슈도 생겼어요. 뉴욕에서는 공원에서 스피커를 틀려면 관할 경찰서에 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때 당시 대학 새내기가 NYPD한테 가서 허가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예요. 너무 알려져서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그냥 상황에 끌려갔던 것 같아요. 결국 할 수 있는 상황이 됐죠.

융: 일단 지르고 시작해서 굴러가는 일이 꽤 있는 것 같아요. 태영 님은 시작할 때 ‘이게 이렇게 되면 재밌지 않을까?’ 식의 상상을 어디까지 하는지 궁금해요.

태영: 오, 지금까지 못 들어본 질문을 잘 짚어주시는데요 (웃음)! 저는 이런 기획을 할 때, 좀 크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 일이 커져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재밌지 않을까?’, ‘우리가 뉴스에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상상의 스케일을 키우죠. 20대 초반에는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확실히 많이 했어요.


제가 그린 그림이 완성된 상황을 계속 머릿 속에 그려요. 그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간의 역순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을 모아서 플래시몹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어요. 장소에 스피커도 놔야 하고, 컴퓨터도 연결해야 하니까 스피커는 어디서 대여할지, 어디에 허가를 받을지, 장소 예약하는 일, 사람들의 동선… 완성된 그림을 먼저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을 하나씩 정리해요. 그리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일들인지 고민하고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실행하는 것 같아요.

융: 제가 태영 님의 책에서 밑줄 그은 부분 중에, “철저한 준비에서 오는 자신감”이라는 문장이 있어요.

“상상력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지만 실행력은 소수만이 경험하는 특권이다. 상상을 실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유를 찾는 사람과 나여서는 안 된다는 핑계를 나열하는 사람으로 나눠질 뿐이다.”


이 부분이 속 시원하기도 했어요. 제가 어떤 일을 실행 했을 때, 그 이유를 과정에서 찾아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너는 유학생이었으니까’ 식으로 분류해버리더라고요. 저는 그게 너무 불편해서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도 말 안 하고 다녔거든요. 제 모든 과정에서 있던 일들이 딱 그 이유 하나로 판단되는 것 같아서요.


태영:  사실 제가 책에 쓰거나 어디 강연을 가서 얘기를 하는 사례들 중에 네, 다섯 개의 성공 사례가 있으면 성사시키려고 했다가 실패하거나 안 됐거나 취소해야 했던 수십 개 내지 수백 개 행사들과 이벤트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어쨌든 좀 큰 이름의 큰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제 얘기를 듣고서 저한테 와서 ‘저도 뭐 그런 분들 모시고 싶어요.’, ’저도 이런 거 하고 싶어요.’ 하면 저는 항상 이런 얘기를 해요. ‘저는 10년, 15년 이 일을 했기 때문에 지금 저런 성공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15년 경험을 갖고 있는 저와 이제 시작하는 여러분을 비교를 하지 마세요’ 라고 되게 얘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이래서 할 수 있었을 거야’, ’어디에서 살아서 할 수 있었을 거야.’ 이런 이유들을 계속 찾으시는데 저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런 이유 찾으시면 못 하세요. 그게 현실이에요. 그리고 실행을 해서 실제로 뭔가를 행동으로 옮겨서 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그냥 앉아서 실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어떤 사람은 돈이 많아서 할 수 있었고’ 물론 사실일 수 있어요. 그거에 대해서 불평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신의 선택이거든요.

융: 태영 님에겐 시작을 쉽게 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태영: 안 될 것이다라는 걱정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안 되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해본 일을 후회하기보다 안 해본 일을 후회하는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그때 조금 더 해볼 걸’이라는 생각을 하기 싫더라고요. 상대의 의견과 결정에 따라 정해지는 결과라면 어쩔 수 없죠. 예를 들어 제휴를 맺어 진행하는 일이 그렇잖아요. 그건 저 혼자 해보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땐 다른 방법을 찾거나 ‘난 최선을 다했다’며 미련 없이 보내줘요.


제가 항상 갖는 마음이 있어요.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 제가 원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거나, 해봤는데 안 될 것 같으면 안 할 수 있는 결정권이 제게 있다는 걸 인지하는 거예요.

성공적인 기획의 기본기

융: 해봤으니까 미련 없이 또 다른 걸 할 수 있겠어요. 태영 님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분들을 굉장히 가깝게 만나셨잖아요. 그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었어요?

태영: 제가 대학 새내기 때 한국에서 그랬듯이 미국에서도 멘토의 역할이 중요했어요. 스타 강사, 멘토의 포지션이 유행이었고, 사람들이 자신의 멘토를 찾는 데 집중했어요. 저도 그랬고요. 그러면서 느낀 게, 완벽한 멘토 단 한 명은 찾을 수 없다는 거예요.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사람이니까 내가 선망하는 부분도 있고 안 맞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멘토를 한 명만 둘 게 아니라, 일종의 멘토 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융: 이 생각을 언제 하신 거예요?

태영: 제가 강연 기획을 하면서 연사 분들을 많이 섭외하잖아요. 그래서 연사들과 백스테이지에서 커피챗 할 기회가 많아요. 어떤 분이 가진 강점이 너무 분명한데, 저와는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경우가 있어요. 

패션 디렉터로 만난 분이 있었는데요. 그 분이 일하는 업계, 패션 쪽은 사실 저와 크게 상관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 분은 사람 관리를 너무 잘 하셨어요. 제가 드레스 디자인에 대해서 배울 건 없지만, 사람을 관리하고 매니징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융:  멘토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태영:  본인들도 많은 도움을 받아오셔서 그런지 베푸는 걸 되게 좋아하세요. 또 다른 하나는 호기심이 많다는 거예요. 젊은 세대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저에게 계속 조언을 구하시더라고요. 경력이 20~30년 되는 사장님, 회장님, 이사장님들이 저한테 트렌드를 가르쳐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융: 저는 태영 님이 강연과 오프라인 이벤트 기획을 너무 잘한다고 생각해요.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태영: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아야 해요. 내가 못하는 일은 미련 없이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줄 알아야 해요. 전 처음에 그걸 잘 못했어요. 포스터 디자인부터 홍보, 티켓 판매까지 전부 관여해서 하나하나 다 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일들을 잘하는 친구들과 의견 충돌도 있었죠. 그리고 모두가 저에게 승인을 받으려고 연락하는 거예요. 그 후론 내가 못하는 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하게 됐어요. 잘하는 친구들에게 완벽한 신뢰로 맡기고, 필요한 부분만 함께 의논해요.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보라고 위임하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오더라고요. 


융: 기획에는 내가 관심 있는 것들이 엮일 수밖에 없잖아요. 영감을 얻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을까요?


태영: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많이 찾아 보는 게 가장 커요. 새로운 걸 계속 접하려고 노력하죠.

융:  새로운 걸 접한다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하는 일이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강연 기획만 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 대표, 번역, 그리고 뉴욕에서 스타트업도 운영하고 계시고요.

태영: 병원 비용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 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융: 그리고 과자도 만드시죠!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태영: 저에겐 과자 만드는 일이나 출판업이 사이드 프로젝트예요. 본업은 미국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일이고요. 강연 기획은 10년 정도 했는데, 이제 그만하려고 해요. 지금 책 출간과 함께 강연과 북토크를 갖는 일들은 모두 취미 활동이에요.

융: 그래서 저는 태영 님이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하시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태영: 시간을 가장 많이 쏟는 영역은 당연히 본업이에요. 물리적으로 그쪽에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요. 한국엔 출장을 오는 개념이에요. 결국 내가 만들고 싶은 성과를 명확하게 지정해서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둬야 된다는 고민이 없어요.


우선순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시간에 딱 할 일에만 집중하는 게 좋아요. 일을 2~3개를 하든, 4개를 하든 명확한 목표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면 언제까지 매출 얼마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죠. 어쨌든 우리는 성과를 내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하니까 수치를 목표로 명확히 정해두면, 어떤 날은 본업을 2시간 하고 부업을 7시간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본업을 8시간 하고 부업을 1시간밖에 못할 수도 있어요. 원하는 목표 안에서는 굳이 일의 우선순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3개월이 흐르면 
나의 고민도 지나간다

융: 그럼 태영 님은 번아웃이 온 적은 없으세요?


태영: 저 한 번 있었어요. 딱 한 번. 올해 초에 밤 10시~11시까지 줌으로 회의를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는데 흰머리가 너무 많이 났더라고요. 그걸 보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전까지 저는 자신에게 휴가를 준 적이 없었거든요. 같이 일하는 창업팀 멤버들한테 주말 끼고 4일만 쉬고 올 테니까 잠깐만 일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바로 영국으로 갔죠.

융: 쉬는 것 마저도 결정이 빠르시네요. 고민 안 하고 그냥 바로 지르셨어요 (웃음)?

태영: 고민을 하면 못할 것 같은 거예요. 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잖아요. 직원들 월급 줘야지, 사이트 론칭해야지, 프로젝트 실행해야지. 금요일에 중요한 미팅이 잡히면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들… 그래서 아예 달력에 딱 블록을 쳐두고 이때는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 지정해두니 오히려 가서는 푹 쉬고 생각들을 정리하고 올 수 있었어요.

융: 그렇게 바로바로 내가 생각한 걸 지를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깡이 어디서 오는 것 같아요?


태영: 작은 걸 계속 해봐서 그런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지르는 걸 무서워하는데, 질러 본 사람은 알아요. 세상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아무리 내가 큰 걸 지른다고 해도 생각보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고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걸 알게 되면 ‘오늘 저녁은 좀 쉬어야겠어’, ‘오늘은 그냥 책을 좀 읽겠어’, ‘잠깐 어디를 갔다 오겠어’라고 할 수 있죠. 휴대폰을 12시간 안 보면 일에 쌓여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데 안 그렇거든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 기다려주고 일하는 시간은 다시 와요. 정말 작은 것부터 시도하면서 그 경험을 쌓아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 경험이 있으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실행력이 나오는 것 같아요.

융: 아까 멘토 이야기 하면서 느꼈던 건데요. 보통 롤모델이라고 하면 약간 우상화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근데 태영 님은 ‘그냥 다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태영: 저도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고 나서야 느꼈어요. 처음엔 저도 그 분들을 우러러 보기도 했어요. 제가 10년 전에 <세바시>를 너무 좋아했는데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세바시 녹화장에 찾아갔어요. 녹화 시작 1~ 2시간 전에 가서 “도와드릴 거 없나요?” 하면서 제작진 분들과 친해지기도 했죠. 그러면 그분들이 저를 백스테이지로 데려가셔서 강연자 분들 소개도 시켜주시고 그랬어요. 너무 만나고 싶던 분들을 만나면서 ‘나도 저 사람과 똑같은 사람인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융: 게리비와 연결된 것도 출판사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책을 번역해 한국에 내고 싶다고 하면서 연결된 거잖아요. 누군가에겐 무모할 수도 있는 행동이인데 그게 됐고요. 태영 님이 살면서 해본 제일 무모했던 일은 뭐예요?

태영: 무모한 일은 많았죠. 인연이 없지만 섭외하고 싶은 분이 있어서 6시간 비행기 타고 가서 주차장 앞에 앉아 3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어요. 스무세네 살 즈음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 포럼을 열어 천 명 넘는 분들을 모신 적도 있어요.
사고를 많이 쳤는데요. 그렇게 하다 보면 힘든 상황들이 당연히 생기는데, 그때마다 결국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이 무엇인지 그렸어요. 제가 강연을 하면 무대 앞에 청중이 쫙 앉아 있는 모습을 계속 상상하면서 실행을 이어갔어요. 물론 실패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아요. 공개 행사 티켓을 전부 전액 환불해드린 적도 있어요.


융: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진짜 강연 덕후네요. 이제 정말 서른이 되셨어요. 지금 이 시점에 태영 님의 20대를 돌이켜보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태영: 지난 10년 간 정말 여러 일을 하면서 인생이 3개월 단위로 바뀌는 걸 경험했어요. 되돌아 보니 1월에 ‘나는 앞으로 뭘 하고 싶어, 뭘 하겠어’ 하면 4월에 바뀌어 있고, 7월이 되면 또 바뀌고. 계속 뭔가 새로운 일이 들어오고 제 상황이 바뀌니까 한편으로는 ‘굳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까’ 싶더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힘든 일이 있어도 3개월만 지나면 어떻게든 극복할 방법을 찾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서 덜 낙담하는 것 같아요.

계약 성사가 안 되거나 막판에 계약이 취소 되면 여전히 힘들죠.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이켜면 저는 항상 3개월 단위로 바뀌어 왔으니까 그걸 믿어요.


융: 이거 진짜 좋은 조언이네요.


태영: 지금 시점의 고민도 24년 2월엔 ‘내가 그때 그랬지’ 할 것들이니까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지 않으려고 해요. 항상 제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어요. 지금 내가 겪는 문제는 앞으로 겪을 것들 중 가장 작은 문제다. 그러면 위안도 되고 더 이성적으로 상황을 보게 되더라고요. 일단 해결책부터 찾자는 마인드가 생기면서 마인드도 달라졌어요.

융: 3개월 후에 나는 이걸 수습을 해놨을 것이다?

태영: 네, 다 잘 풀릴 겁니다.

융: 태영 님의 책에도 30대가 더 기대 된다는 얘기를 쓰셨잖아요. 30대에는 어떤 걸 하고 싶다 그려본 게 있으세요?


태영: 어떻게 보면 이번 책을 통해서 제 20대를 정리하고 보내주는 느낌이 강해요. 그리고 30대에는 저도 한 가지 아이덴티티를 파고 들고 싶더라고요. 20대엔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을 찾는 시기 잖아요. 30대에는 하나를 제대로 파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얘기하고도 3개월 후엔 힘들어 하고, 고민하고, 이게 맞는 길인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3개월 지나면 또 괜찮아지겠죠.

융: 기대되네요. 앞으로 또 어떻게 펼쳐내실지. 

꿈이라는 키워드가 상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태영 님은 본인이 상상한 장면을 잘 끌어당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그리는 장면은 어떤 거예요?

태영: 10년 단위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30대엔 지금 하는 걸 파고 들고, 30대 끝무렵엔 다른 걸 공부해서 40대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리더들을 만나 보니, 한 가지만 하는 분이 많이 없더라고요. 자선 사업과 봉사도 하시고요. 나만의 특기나 정체성을 확실히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를 하는 걸 거부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융: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연결되는 강연이나 모임에 가 보면 보이지 않는 한 발 뒤엔 태영 님이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사람들을 연결하는 이유가 있나요?

태영: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특히 완전히 다른 분야를 연결하면 재밌는 걸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에 정답은 다양하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정답도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요즘 고민 중인 게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넘어서 다른 나라로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하고 싶어요. 자신의 꿈을 정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더 많이 보여주면 그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융: 태영 님은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네요.

태영: 저는 영향력 있는 사람도 좋지만, 정말 좋은 사람인지부터 봐요. 이건 정말 감으로 느껴요. 만났을 때 알잖아요. 저 사람이 진짜 선하고 좋은 사람인지. 저는 제가 좋아하고 함께 밥먹고 놀고 싶은 친구들을 모아서 다른 일이 벌어지도록 돕는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융: 그럼 태영 님이 정의하는 성공한 삶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태영: 저는 선택권이 많은 게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 그걸 할 수 있는 선택권. 그 기회를 가지려면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걸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계속 책이나 강연을 통해 말씀 드리는 게, 바깥 세상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라고 말씀드려요

멈추지 않는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탐구하는 자세

융: 첫 번째 책이 작가를 닮았다는 얘기를 이 영상 찍기 전에 했는데요. 저는 태영 님의 스토리 중에서 와닿았던 키워드가 ‘학생’이에요. 학교를 졸업 했어도 항상 학생의 마음으로 뭔가를 배워야지, 공부해야지 하는 태도를 지닌 분 같은데요. 태영 님이 생각하기에 공부를 잘한다는 게 뭘까요?

태영: 호기심으로 뒷 이야기를 계속 궁금해 하는 게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피클볼인데요. 테니스 같은 거예요. 경기 코트는 좀 작아요. 근데 이거 한국에서는 모르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는 거예요. 피클볼을 아는 사람이 먼저 아시아에 들여오면요. 

유행은 일부러 안 챙겨보고 ‘관심 없어’ 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한때 그랬고요. 그냥 사람들이 이런 거에 관심을 두네, 저게 뭘까? 정도도 괜찮아요. 내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은 또 다른 것과 연결이 되어 창작물을 만들어요. 결국 내가 뭘 보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 거죠.

융: 학생이라는 키워드가 나와서 말인데, 태영 님 인스타그램 보니까 학생들이 불러주면 다 가시더라고요.

태영: 네, 맞아요. 제가 강연을 학생으로서 기획할 때 제일 서러웠던 게 돈 때문에 강연 안 오시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거였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초대를 하면 비용 없이 다 가요.

융: 이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한번 얘기하고 싶었어요 (웃음).


태영: 바빠지겠네요.


© 우태영 인스타그램 /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는 우태영
© 우태영 인스타그램 /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는 우태영

융: 본인도 학생이었을 때 첫 강연을 만들었고, 그게 이렇게까지 흘러온 거잖아요. 그 경험을 돌려주고 계신 것 같아요. 요즘 탐험하는 새로운 세계가 있나요? 초코과자 만들기처럼요.

태영: 제가 요즘 관심을 갖는 주제는 식량 문제예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뜨거워요. 그러면서 식량 문제에 대한 의식도 커지고 있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뉴스가, 요즘 기후가 바뀌어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대요. 꿀벌들이 꽃가루를 뿌려줘야 하는데 그게 원활하지 않아서 사람이 직접 꽃가루를 뿌리거나 드론을 쓴다고 해요. 그럼에도 꿀벌이 훨씬 더 그 역할을 자연스럽고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식량 수확량이 줄었대요. 그래서 물가가 올라간 거예요. 


세계 정세로 갑자기 수입 수출이 끊기기도 해요. 근데 한국은 수입 식량이 되게 많잖아요. ‘기후위기와 정치적인 상황에 맞물려 쌀, 콩, 보리를 수입하지 못해 가격이 계속 오르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전문가들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중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할 확성기가 없어서 이슈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그런 주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어요.

융: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4년 이내로 인간이 멸종한다고 했어요. 저도 이걸 책을 읽으면서 심각성을 알게 됐거든요. 태영 님은 역시 꽂힌 분야도 좀 다르신 것 같아요.

태영: ‘이게 중요하다’, ‘이게 문제다’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어야 해요. 그래야 정책이나 법을 만들죠. 


융: 마지막 공통 질문입니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 혹은,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고민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태영: 좋아하는 걸 모르신다면 냉정하게 현실을 판단해보세요. 내 나이, 사는 지역 등의 단서를 통해 내가 지금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이 환경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인지 적어보세요. 그중에서 가장 쉬운 것부터 해보세요. 예를 들면 학과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서 다음주 화요일 수업 후 상담 요청을 드리는 거죠.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리스트에서 지우면 돼요. 그리고 두 번째 리스트로 넘어가세요. 그러다 보면 이건 계속 해보고 싶다는 게 한 가지는 나올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으면 시도를 안 해봤다는 뜻이거든요. 우리는 항상 뭔가를 하면 시간이 낭비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죄송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건 시간밖에 없어요 (웃음). 지금 시간이라도 써야지 나중에는 그 시간조차 사라져요.


내가 좋아하는 게 너무 많은데 그중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진짜 현실적으로 그중에서 돈 되는 걸 하세요. 돈 되는 걸 가장 많이 하시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하나를 골라 만든 후에 다른 것들을 하세요. 그러면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을 거예요.

융: 너무 좋은 조언이네요. 감사해요!


Credit.

Interviewer | 융 (@alohayoon)

Interviewee | 우태영(@taeyoung1025)

정리 l 희 ( @daily_hee__)

윤문 | 슬기 (@s_eul.g)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


SIDE에선 의심 대신 응원을,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하기 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여러분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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